황은실

어느 날, 잠에서 깨여나 보니 내가 과거 세계에 있다?

그런데 그 세계에서 내가 투명인이라면?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린다…

제1회

“선생님, 수고했습니다.”

개학 첫날,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한테 인사를 올린 5학년 3반 애들은 새장을 벗어난 새들마냥 교실 밖으로 향했다.

“에고~ 부럽다. 왜 하필 개학 첫날부터…”

투덜투덜거리면서 비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기 시작하는 강지호, 그런 지호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소희가 한마디 했다.

“쌤통이다. 수업시간에 쓸데없는 걸 갖고 노니 벌 받은 거지. 치.”

그 말을 들은 지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더니 가방에서 흰색의 네모난 것을 들고 소희한테 다가가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야,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 이건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의미있는 물건이거든. 잉크도, 선도 없이 디카나 핸드폰의 사진을 프린트할 수 있는 물건인데 이번에 울 엄마가 생일선물로 사주신 거야.”

“에이, 말도 안돼. 그 작은 것으로 사진을 프린트한다고?”

소희가 못 믿겠다는 듯이 말하자 지호는 발을 동동 굴렀다.

“진짜라니까. 한번 해볼래?”

“좋아, 그럼 내가 한번 해볼게.”

자신의 디카에서 하남 예술극장 앞을 지나면서 찍은 사진을 한장 골라낸 소희는 지호한테서 네모난 물건을 받아서 출력하기 시작했다.

“오호~ 진짜네? 이 사진은 내가 갖는다.”

소희가 약간 신기하다는 듯이 사진프린터기를 훑어보자 지호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봐. 내가 커서 사진을 찍어서 이렇게 나오기만 하면 그 곳으로 갈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낼 테니. 그리고 미래도 가고 과거에도 갈 수 있는 타임머신도 발명하고…”

“네네~ 그러세요. 전 먼저 갈 테니까 청소나 잘하고 계셔요 지호씨.”

지호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을 마친 소희가 사진을 호주머니에 조심스레 넣고 교실문 밖을 나서자 뒤에서 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고 봐. 내가 꼭 해내고 만다.”

그날 저녁, 숙제를 마친 소희는 지호한테서 가진 사진을 일기장에 붙이고 아래에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지호가 한 말이 떠올라서 연필을 멈추고 한참 생각하더니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진짜 타임머신 같은 것이 있으면 재미있겠다.”

저녁 11시 50분.

모두가 깊이 잠든 저녁.

꽁꽁 닫은 창문 틈새로 한줄기의 바람이 불어오자 소희의 일기장 속 사진을 붙인 페지가 펼쳐지면서 사진에서 눈부시게 밝은 흰빛이 새여나와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한참의 정적이 흐른 후, 갑자기 눈을 뜬 소희, 금방까지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어두운 저녁 낯선 곳에 서있었다.

“뭐야? 꿈 맞지?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니 앞쪽에 커다란 건물이 한채 있었다.

“저긴 무엇일가? 저쪽에 가볼가?”

천천히 건물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희야, 소희 맞지?”

익숙한 목소리다. 누구지?

(다음주에 계속)

삽화: 길림성 연길시연신소학교 6학년 8반 윤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