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수기

아침에 출근하면 벌레가 생기지 않았는지, 2학년 개구쟁이들이 다쳐 가지가 부러지지는 않았는지, 수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교실 창문턱의 화분을 살펴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였다. 한 학년조의 한선생님이 준 다육식물부터 여러 종류의 꽃들로 화분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오늘 아침은 공개과를 끝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출근하자마자 창문턱에 있는 꽃들부터 살펴보았다. 창문턱 한 구석에 관심받지 못하고 놓여있던 공작선인장이 빨간 꽃을 피운 게 아닌가. 요즘 두 과목 공개수업준비로 바삐 돌아치다 보니 꽃들을 들여다볼 새도 없었는데 잎 끝마다에 예쁘게 활짝 피여있는 그 선인장꽃을 보니 나는 놀랍기도 하고 기쁜 나머지 화분통을 제꺽 안아 창문턱의 중간으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물뿌리개로 물을 끼얹고 잎에 앉은 먼지를 깨끗이 닦아주었다. 묵은때를 벗고 난 공작선인장은 정말 공작새가 날개를 편 것처럼 교실문으로 들어오는 애들한테 아침인사를 건네며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와, 이쁘다! 선생님 꽃이 폈네요.” 하고 들어오는 애들마다 감탄사를 련발했다.

사실 이 꽃은 2년 전에 내가 꽃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는 영이가 졸업선물로 가져온 것이다. 다른 애들이 가져온 군자란도 겨울이면 꽃을 잘 피웠고 동백나무꽃도 봉우리를 터치면 분홍색 꽃을 탐스럽게 피웠는데 유독 이 공작선인장꽃 만은 좀처럼 꽃이 피지 않았다. 처음 가져왔을 때부터 생기없이 잎도 축 처지고 모양새가 곱지 않은지라 매번 화분통을 정리할 때면 공작선인장은 항상 구석자리로 밀려났다. 지난 겨울에는 흙을 바꿔주고 비료도 주었지만 그래도 온 겨울 꽃이 피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렇게 예쁜 꽃이 필 줄이야! 아침 상과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좀 더 일찍 이 꽃에 관심을 주지 않은 것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교육사업도 꽃을 피우기 위해 화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시간 나의 시선에서 소외된 애들은 없었을가? 하루종일 나의 칭찬 한번 받지 못한 조용한 성격의 애들도 분명 있었다. 이런 애들은 학습성적이 돌출하지도 못하고 결코 애를 먹이지도 않으며 선생님께 주동적으로 말을 건네지도 않는다. 또한 결손가정에서 자라나 자신심이 부족하거나 천성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선생님의 관심이 그리운 애들도 분명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애들은 교원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고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가?

뒤늦은 깨달음에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아글타글하면서 공부만 엄격히 요구하다 보니 매 아이들의 개성에 따라 우점을 긍정적으로 칭찬해주지 못했던 ‘못난 선생님’, 하나, 둘 철이 들어 이‘못난 선생님’의 마음도 제법 헤아려줄 줄 아는 애들을 떠나보내며 아이들의 성장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너그럽고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나는 영이가 선물한 예쁜 꽃이 핀 공작선인장과 교실에 앉은 30명의 애들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교원으로서 나는 단지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꽃을 피우도록 보호하고 격려해주며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부터 미처 내 눈길이 닿지 못했던 애들의 숙제책 우에 “예쁜 글씨 짱입니다!” 라고 격려의 평어도 달아주고 내성적인 아이들에게 “안녕, 좋은 아침!”하고 먼저 애들한테 인사도 건넬 것이다. 매 아이들이 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진심어린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한다면 어느 한송이의 꽃도 소외되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교원으로서 나는 지력수준도 개성도 다른 매 아이들에게 내 마음속의 사랑이 한곳에만 기울지 않도록 골고루 나누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