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아기구름

깡충깡충

지난 여름

가슴에 쌓인 뭉게구름

더러는 흘려보내고

더러는 쏟아버리고

아기구름

깡충깡충

밥상

꼭꼭 씹어라

매우매우 씹어라

할머니의 잔사설

꼭꼭 씹어라

오래오래 씹어라

끼니마다 잔사설

아이의 꿈

하늘과 땅 사이에서

손발이 버둥거려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버둥거려요

발밑 땅바닥

어둠보다 깊어요

아찔한 허공에서

키 크는 아이.

칠월의 밤하늘

강물이 하얗게 부서집니다

물방울이 사방에 튕깁니다

긴긴 밤, 새벽녘까지

반짝이는 물결소리

강물을 거스르는

은빛 잉어 한마리

눈부신 하늘

어느새 목화옷깃이 축축합니다.

종이배

네 이름 내 이름

빛나게 써넣고

동구밖길 굽이돌 때

진달래꽃 꺾어 싣고

너의 꿈도 나의 꿈도

강물이 흘러가는 그곳이라며

동녘하늘 붉게 타는 그곳이라며

흔들리는 종이배에

해를 싣고 달을 싣고 노를 저어요.

초심

학급 애들이

고사리 손

머리 우로 추켜들었다

수학선생님이

행운스럽게 나를 지목했다

나는 흑판에다

하나도 둘도 셋도 아닌

동그라미를 그렸다.